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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오일 이후 석유부족 시대의 자화상

피크오일(Peak-Oil)은 석유 생산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피크오일에 도달했거나 멀지 않은 시기에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크오일 이후 석유결핍의 시대에 우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위험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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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연방군 전환센터(The Bundeswehr Transformation Centre)가 발간한 보고서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는 오일피크 이후의 사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언급하고 있다.

우선 많은 국가들은 경제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구상의 모든 산업생산품 가운데 95%가량은 직간접적으로 석유와 관련되어 있다. 석유는 연료, 윤활유, 유기합성물질의 원료일 뿐만 아니라 각종 약품, 염료의 색소, 섬유 생산의 기초가 되는 물질이다. 석유가격의 상승은 산업의 모든 분야와 하부시스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산업분야만이 아니라 비행기, 자동차 등 교통 분야 역시 석유결핍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제정치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천연자원을 둘러싼 국제적 분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분쟁이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국제적인 이해관계 역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석유부족 시대에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국제정치는 산유국과 석유공급망 확보를 중심으로 매우 실용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국제적 이해관계는 보다 첨예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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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오일의 시기에 대한 다양한 예측


한편, 보고서는 국가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군대가 겪게 될 위험성 역시 언급하고 있다. 석유결핍은 군의 기동력과 무기 및 장비체계 운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석유의 결핍과 가격상승이 가져올 경제혼란과 사회불안은 일부 국민들에게 ‘전반적인 체제위기’로 인식될 수도 있다. 현존하는 국가형태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이고 극단적인 대안이 등장하게 되면 사회 내부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지도 모른다.

보고서는 전문가들에 따라 피크오일 시점이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피크오일의 시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석유의존경제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다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