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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커버스토리] 4대강사업 ‘표심 풍랑’ 만났다

4대강 사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4대강 사업 지역의 야권 지자체장은 실질적으로 4대강사업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지방선거 ‘표심의 반란’이라는 복병을 만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계획대로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될 것인가. 「Weekly 경향」이 4대강 사업에 닥쳐올 ‘운명’을 추적했다.<편집자주>


“대통령이나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반론을 듣고 싶었다. 전혀(듣지 못했다). 듣지도 않는데 우리 쪽 주장을 알기는 뭐를 알겠나. 나는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 논리를 모르고 있을 것으로 본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것 아니겠는가.”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운하반대교수모임 결성 초기부터 지금의 4대강 사업 반대운동까지 중심에 서서 수많은 토론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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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이전 4대강 중대 고비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그에 맞선 ‘저지’운동 모두 기로에 서 있다. 지방선거 ‘표심의 반란’ 이후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은 더 확대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 6월 10일 보도한 리서치 결과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요구는 32.9%, 속도 조절과 규모 축소 의견은 46.8%에 달했다. 전체 국민의 79.5%가 4대강 사업의 중단 내지는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은 16.4%에 그쳤다. 지방선거에서는 상당수의 4대강을 끼고 있는 주요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내세운 야권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생각도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이 가장 중대한 고비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얼마나 이 사업을 우려하는지 충분히 드러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자치단체장들이 공식 취임하는 7월 1일 이전의 시기가 앞으로 ‘4대강 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찬성 측 단체장들이 ‘선수’를 쳤다.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와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는 6월 9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 대구·경북 구간은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행정안전부는 대전에서 ‘4대강 살리기 지원단’ 회의를 열었다. “우기에 대비한 4대강 사업 현장의 안전관리 점검 차원”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해명이지만 이 자리에는 4대강 주위의 충남·경남·강원·충북 등의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지자체장으로 당선된 지역의 현 부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신임 지자체장 취임 전 ‘4대강 사업 추진 단속’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임 단체장들의 유력한 저지 카드 가운데 하나인 준설토적치장 설치를 퇴임을 20여 일 앞둔 현 기초단체장들이 전부 승인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민사회·대통령 ‘불통’은 누구 탓?

4대강 사업 반대를 요구해 당선된 지자체장들의 뜻을 관철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것인가. 변수는 여럿이다. 일단 이야기는 ‘대화’로 모아진다. 4대강 사업 반대를 내세우며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된 인사들도 4대강 찬성을 주장하는 기초단체장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과연 이 정부가 소통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윤준하 6월 민주포럼 대표의 말이다. ‘대화 시도’는 이미 있었다. 지방선거 기간인 지난 5월 10일 ‘4대강 사업이 초래하는 첨예한 사회 갈등과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77인의 각계 원로가 모였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한 뒤 합리적 대책 수립 △맑은 물이 흐르는 강줄기는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질이 나쁜 경우 오염원을 파악해 오염 물질을 줄이는 근본대책 마련 △홍수에 취약한 지역에 한한 대비책 마련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산간·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저수지 건설 등 실질적 대안 마련 등 네 가지 안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이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청와대를 방문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을 찾아 면담을 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결국 시민사회비서관실에 의견서를 전달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윤 대표는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이 순간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6월 8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면담 장소에서 다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면담을 한 뒤 4대강 문제와 관련한 중립적인 해결기구를 만들어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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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인 선언그룹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있다면 이튿날 제안 기자회견을 연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정계·종교계·시민사회·학계·문화예술계 대표자 긴급 연석회의’는 민주당 등 야권을 겨냥했다. 이들은 제안문에서 “민주당 당선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이지 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당선자들이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해 4대강 사업 중단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 역시 냉엄한 국민의 심판이 뒤따를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4대강은 몰라도 영산강 살리기는 개인적 소신”이라면서 “4대강의 전반적인 반대를 위한 연대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영산강 살리기 해법은 보 설치와 준설, 저수지 둑 높이기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내용과 판박이다.

‘일부구간시범론’ 현실적 대안 될까

박 당선자의 행보는 4대강 사업의 ‘현실적 대안’과 관련해서도 묘한 무게중심의 이동을 불러오고 있다. 여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구간 시범사업론이 나오고 있고, 영산강이 바로 그 ‘일부 구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 일각에는 “영산강과 낙동강을 묶어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의 공식 입장은 ‘전면 중단 후 지금까지 해 온 공사의 원천 복원’이다. 4대강사업저지 국민소송단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이미 만들어진 보를 다른 시설로 전환하는 것보다 전부 해체하고 원상 복원하는 것이 사업 타당성 측면이나 비용적 측면에서나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반대’ 진영의 모든 인사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환경단체 핵심 간부를 지낸 인사는 “4대강 가운데에서 그나마 ‘차악’을 검토한다면 영산강”이라면서 “영산강은 구간도 워낙 짧고 하구에 퇴적물도 이중삼중으로 쌓여서 나타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질 개선을 중심으로 현실적 대안으로서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구간 시범사업’이라는 해법 시나리오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수용 가능한 이야기일까. 기자가 그동안 취재를 통해 확인해 온 이명박 정부의 논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한편 최단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끝내야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다’였다. 정부의 주장대로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관련이 없다면 각 강이 서로 연결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4개 강을 동시에 할 필요는 없어진다. 영산강에다 일부 여권의 주장처럼 낙동강까지 포함시킨다면 4대강 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더보기 (2010.06.22, 위클리경향 880호, 정용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