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강, 인위적 관리방식 버려야”

4대강 국제간담회서 미국 하천 전문가 경고
“대규모 준설 효과 없어”


“미국도 과거에 대규모 준설을 시도했지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을 믿지 마라.”
대한하천학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여야 중진의원 초청 4대강 사업 국제전문가 간담회’에서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헤스터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강을 파괴하는 구시대적인 방식이며, 진정으로 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댐(보) 건설 등 공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스터 교수는 미국에서 하천 복원과 환경계획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천 전문가다.

헤스터 교수는 인위적인 강 관리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에선 수로공사, 준설, 강의 직선화, 댐 건설, 골재 채취 등으로 강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파괴됐다”며 “이 때문에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70억달러를 들여 최소한 3만7000건의 복원사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특히 플로리다주의 애팔래치콜라강은 준설과 직선화 사업을 거치자 주에서 가장 많은 수의 물고기가 살던 강 생태계가 쇠퇴했다며, “기존의 방식이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국가환경보호법, 멸종위기종보호법 등이 철저하게 지켜져 강 복원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진정한 하천 복원을 위해선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관련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복원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강 생태계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이 강을 직접 조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간담회에 앞서 낙동강 내성천 등 4대강 공사 현장을 방문한 헤스터 교수는 “4대강 사업 가운데 몇몇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한국에는 강을 진짜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온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하천의 자연적 기능을 살리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안 소장은 “준설과 구조물 위주의 홍수대책은 폐기해야 한다”며 △소규모 저류지를 확보하는 등 분산적인 홍수 방어대책 △제방을 좀더 강 바깥쪽으로 옮겨 강에게 고유 공간을 주는 방식 등의 대안을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라인강의 홍수터(범람원)를 복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160㎢의 강 주변 땅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안 소장은 소개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데릭 슈버츠 국제저어새보호협회장도 “준설 등 4대강 사업에선 공학기술이 단순하고 부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며 “건강한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06.23, 한겨레, 남종영 기자) 원문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