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의 눈에 비친 연구소

헤스터 교수 "4대강 사업, 미국 60년대 땜질 개발 판박이"

헤스터 교수 "4대강 사업, 미국 60년대 땜질 개발 판박이"
세계적 석학의 비판 "무모한 하천개발, 불가역적 악영향"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천 복원'이란 하천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천은 인간이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천 복원'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학 교수(조경·환경계획과)가 "생태 복원 없는 무모한 하천 개발"이라며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질타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선진국에서는 30~40년 전에 폐기된 낡은 강 관리 방식"이며, "보 건설·대규모 준설이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4대강 사업 국제 전문가 간담회'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하천학회 주최로 열렸다.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자를 비롯해 민주노동당 홍희덕,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헤스터 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간담회에 앞서 낙동강과 한강 등 4대강 사업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헤스터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에 문제점이 드러나 폐기된 낡은 방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60~1970년대 미국에서도 댐(보) 설치, 준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땜질식 하천 개발'을 하면서 환경 파괴가 막심했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헤스터 교수는 "강의 직선화 작업, 수로 공사, 댐 건설, 준설 등으로 미국에선 강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파괴됐고, 망가진 하천을 다시 생태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1990년부터 15년 동안 약 170억 달러를 투입했다"며 "한국의 4대강 사업은 이러한 인위적인 강 관리 방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한다고 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 중 몇몇 내용은 즉각 중단해 내용을 재검토하고, 진정한 강의 복원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헤스터 교수는 '민주적·생태적인 하천 복원' 방식을 강조하며 "정부의 사업이라고 해도 많은 시민이 하천 복원에 참여해 정책 결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시민들이 하천 복원 과정에서 관련 법률이 엄격하게 지켜지는지 감시해 효과적으로 하천 복원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강 복원'이 아닌, '강 개발' 사업"

국제저어새보호협회 '세이브 인터내셔널(Save International)'의 데릭 슈버츠 대표는 이날 토론자로 나서 "하천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댐을 만들고 강에 콘크리트 제방을 발랐던 1950년대 미국 공학자들의 오류를 한국이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버츠 대표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조류는 총 50종이고, 그 중 30종은 물새"라며 "이는 4대강 사업이 단순히 물의 흐름만 바꾸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건강한 하천 복원을 위해 현재 강행되는 4대강 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생태적이고 건강한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독일의 강 복원 사례를 소개하며 "세계적으로 하천의 자연적 기능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이 공학적인 강 관리 방식을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독일은 홍수터를 복원해 자연스럽게 물이 넘치게 하는 등 강에게 더 많은 공간을 주고 있지만, 한국은 어쩐 일인지 준설을 한다며 밑으로만 (강바닥을) 파고 있다"며 "준설과 구조물 위주의 홍수 대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소규모 저류지 확보 △지류 복원 △홍수터 개발 금지 및 제방 후퇴 △유역 관리 등을 통해 홍수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4대강 유역에서 '개발 사업'이 아닌 '생태적 복원 사업'을 실시해 수질 개선 등의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3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 당선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저를 뽑아준 도민들의 바람이며 민심일 것"이라며 "사업 중단을 위해 시·도지사가 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6.24, 프레시안, 선명수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