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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격’에 기초한 기후변화 접근법은 새로운 희망일까?

코펜하겐 협상의 실패로 기후변화 대응노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후변화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 7일 호주 로웨이 연구소와 경제학자 워릭 맥퀴빈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 ‘세계 기후보호정책의 대응: 다시 생각하는 온실가스 감축체계’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제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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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안병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금까지 UN이 구사했던 방식은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3국이 개별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코펜하겐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론에 의거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방식, 검증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심각한 의견대립이 노출되어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 이후 UN은 다각적으로 중재를 시도해 왔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UN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UN의 기후변화협상 접근법은

① 단일 협약에 의존하는 포괄성,
② 193개 가입국의 합의에 기초한 ‘보편적 합의제’,
③ 감축목표(targets)와 일정(timetables) 중심의 협상,
④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별화된 책임원칙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코펜하겐 기후협상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이러한 접근방식은 대다수 국가들을 당장 ‘행동’에 나서게끔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UN의 방식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복잡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희망’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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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저자들은 대안으로 ‘가격에 기초한 감축체계(price-based framework)’를 제안하고 있다. 이 감축체계에는 다음과 같은 구성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1.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명확하고 장기적인 공통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2.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의 설정과 연차적 인상을 전제하는 다양한 정책수단에 대한 주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공약

3. ‘탄소가격’ 관련 공약에 대한 국제 수준의 MRV(측정,보고,검증) 방식에 대한 합의

4. 개별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에 대한 포괄적인 정산 및 보고시스템

5. 포괄적인 배출량 데이터, 최신 과학지식, 기후모델, 탄소가격을 종합하고 장기 감축목표 달성추이를 보고하는 기구의 설립

6. 탄소가격 공약체계를 평가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프로세스

보고서 저자들은 이와 같은 ‘가격중심 체계’가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원칙’과 ‘비슷한 경제발전 수준을 가진 국가들의 감축노력 비교의 원칙’을 충족시켜 보다 ‘공정한’ 기후변화 대응체계의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보다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UN의 접근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중심 체계’는 상호 연계된 단일한 ‘탄소시장’을 추구해왔던 일각의 노력과는 상충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의 향배가 주목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