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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클론과 허리케인, 갈수록 강해진다

지구온난화로 더워진 열대지역의 바닷물과 대기가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폭풍의 강도를 증가시킬 것인가? 이는 많은 기상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열대폭풍의 강도 변화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변동의 결과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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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nchofchampions.com


현재의 과학수준은 과거에 불어온 열대폭풍 강도의 변화를 추적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환경요인을 선정해 이를 기반으로 향후 수십년간 열대폭풍의 활동(빈도, 강도, 경로)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열대폭풍의 활동을 재현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와 정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세계기상협회는 2006년부터 기후변화와 열대폭풍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모델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 결과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보가 이루어졌는데, 최근 저명학술지인 네이쳐 지오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호주, 중국, 인도, 일본의 기상학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논문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을 주로 분석했다. 결론은 바람의 세기로 측정하는 허리케인의 강도는 금세기 말까지 2-11% 정도 증가할 것이며, 발생빈도는 6-34% 감소한다는 것이다. 즉 약한 허리케인은 드물게 발생하고 강력한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뜻이다. MIT 기상학 교수인 케리 임마뉴엘(Kerry Emanuel) 교수에 따르면, 풍속이 11% 증가하면 파괴력은 60%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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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기후변화와 허리케인의 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허리케인이 미국 해안에 가져올 피해가 28%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92년의 허리케인 앤드류와 2004년의 허리케인 찰리처럼 중심 풍속이 시속 130마일을 넘는 열대폭풍이 미국 해안에 상륙할 확률은 7년에 1회 가량인데, 금세기 말까지 이러한 초대형 열대폭풍이 2배 이상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허리케인 반경 100km 이내의 강우량은 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논문의 저자들은 허리케인 활동의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것으로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열대폭풍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열대폭풍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바닷물 표층의 온도, 해수면 상승, 해류 순환 등이 꼽힌다. 이들은 서로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의 결과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전세계 규모의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를 각 나라의 현실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연구성과가 보여주었듯이 지속적인 예측모델의 개선과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의문들은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